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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Daliylife/회상

태풍오면 아싸했던(ft. 홍수나서 학교 안가던 날)

by 고양이커플 2020. 5. 28.

태풍오면 아싸했던(ft. 홍수나서 학교 안가던 날)

태풍

 

 

유학했던 곳이 동남아인지라 사계절 시도대도 없이 틈만나면 태풍이 온걸로 기억한다. 특히 여름은 더 심했다. 무슨 태풍 생산지인 마냥 수시로 만들어졌고 나타났다. 학교가 시골에 산꼭대기쯤에 있다보니 다보니 솔직히 웬만한 비가 오거나 태풍이 와도 아무 문제없었다. 문제는 홈스테이로 살고 있는 곳이 진짜 문제였다.

 

태풍의 위력을 모르고 살던 어느날이었다.

 

뉴스를 통해 사는 지역으로 태풍이 관통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침에 아무일 없었던지라 뭐가 이래 시시한가 싶어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으러 갔다. 학교수업은 보통 아침 8시부터 시작한다. 무슨 중고등학교냐고 물으실 수 있는데 이 나라 학생들과 직장인들은 거진 아침 6시에서 7시 전후로 간다. 더운 나라다보니 아침에 가야 그나마 덥지도 않고 차도 막히지 않기 때문이다. 

 

홍수

 

다행히 제시간에 반에 도착했다.

 

오늘 따라 반에 아이들이 학교에 많이 오지 않았다. 태풍 때문이란다. 이 나라에서는 태풍이 오는날은 초등학교는 거진 필수적으로 휴교령이 떨어진다. 이번 태풍도 페이스북을 통해 미리 기상뉴스를 항상 접하고 있었던터라 초등학교가 휴교령이 떨어진 것은 알고 있었으나 대학교는 아니였기에 별일 없는 줄 알았다. 그렇게 첫 해 들리지도 않는 수업을 저녁 8시까지 듣고서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녁부터 강해진 빗줄기를 생각지 못했는지 집이 있는 마을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하자. 아뿔사! 홍수가 났다. 그것도 무릎위 허벅지까지 말이다. 그때부터는 빨래할 생각을 하고 바지는 그대로 입고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고 우산을 쓴채 똥물과 온갖 쓰레기가 섞인 물을 지나서 집으로 도착했다. 

 

그때 이 나라의 태풍의 위력을 강렬히 느꼈다. 태풍이 오고 홍수가 나면 전기가 안들어오는 것은 물론 물도 단수가 자주된다. 피가 마른다. 특히 전기 안들어오면 고통스럽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때로는 며칠동안 전기가 안들어와서 촛불을 켜서 살기도 했다. 어쨌든 그 일 때문에 학교에 4일을 결석했던 날이 기억난다. 학교 안간다고 처음 몇번이야 기뻐했지만 느닷없이 태풍이 오는날은 그닥 반갑지 않았다. 아마 4년간 겪은 홍수중 최악이었던 것은 물이 집안까지 들이닥쳤을 때다. 심지어 물뱀까지 들어와서 애먹었던 적이 있다. 정말 답없었다. 앞서 다른 글에서도 말했지만 잘 사는 도시도 있고 홍수가 절대로 안나는 지역도 있다. 돈 있고 여유가 있으면 그런 곳에서 유학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곳이 아니였다. 

 

그러다보니 태풍이 오면 학생들이 태풍 때문에 못 왔다는게 이해가 된다. 홍수가 나니 길도 막히고 차도 안다니고 당연히 학교는 갈 수 없는 거다. 더 신기한 건 내가 다니던 대학교는 어떻게 그렇게 높은데 지어놓았는지. 태풍이 오던, 비가 얼만큼 오던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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