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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Daliylife/회상

전자사전 없이 대화가 힘들었던 우리

by 고양이커플 2020. 6. 8.

전자사전 없이 대화가 힘들었던 우리

영어 단어 찾기

 

갓 유학한 외국인 학생이 영어를 잘 하면 얼마나 잘 하는가 싶다.

 

아마 인사와 물건 사고 어디가고 길묻는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해외유학이나 어학연수라 생각하면 능숙하게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 자신을 떠올릴 것이다. 그것은 꿈이다. 떠뜸거리며 생각이 안나서 머리가 백지상태로 되는게 정상이다. 몇마디 할줄 안다고 언어를 잘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아는 부분만 알뿐이다.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여러번 겪었을 것이다. 분명히 학교 수업 발표를 영어로 잘 하지만 비즈니스 통역이나 야구, 축구, 농구 통역을 시키면 힘들어하는 모습 말이다. 바로 자기가 아는 부분만 안다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자기가 아는 분야만 알지 다 알지 못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이야기 하기 쉽다. 

 

외국인 여자친구와 내가 사귀기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20살이 넘었지만 결혼 전제로 만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집안 이야기부터 문화, 미래 이야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이야기하려니 참 난감했다. 단순한 단어나 문장들은 표현이 가능했지만 모든 표현을 그렇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래서 어떤 단어는 하나만 말하면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반대로 이는 영어에서도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특정단어를 모르면 설명해주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왕따라는 단어를 모르면 반에서 많은 친구들이 좋아하지 않고 한 친구를 집단적으로 난감하게 하거나 난처하게 때로는 못살게 구는 것이라고 설명을 해서 이해하도록 도와야한다. 그런데 한 두번이지 대화의 모든 단어를 이런 식으로 풀어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 우리는 1학년과 2학년이 만나다보니 짧은 영어로 답이 없었다.

 

막히고 이해가 안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우리는 썸탈때부터 사전이 필요했다. 이해가 안되서다. 그럼에도 기뻤다. 사전하나로 서로가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알고자 하는 서로의 마음이 귀찮은 언어공부, 단어 공부도 하게 만들었다. 근 몇개월간 하루 6시간씩 되던 안되던 사전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었던 시간은 참 소중했다. 서로 영어를 배우기 위해 만나기보다는 서로가 알아가기 위하여 흘러가는 시간 마저 아깝게 생각지 않고 꿋꿋이 전자사전으로 단어를 눌러가며 이해하고자 했던 시간들이 너무 귀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상대가 이해하기를 바라지도 않고 상대가 이해되기를 바라지도 않았던 것보다 마음을 직접 말로 듣고 입으로 말함으로써 서로가 함께 애쓰는 순간순간이 모여 그러한 추억이 만들어진게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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