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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Daliylife/회상

여자친구에게 주었던 싸구려 티셔츠 선물

by 고양이커플 2020. 6. 1.

여자친구에게 주었던 싸구려 티셔츠 선물

 

사랑

 

연애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다.

 

우연히 기회가 생겨 여자친구가 사는 먼나라로 비행기를 타고 갔다. 국제커플의 여행은 서로를 만나기위해서 갈 때 시작된다고 해야할까? 비행기는 6시간을 타고서 환승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하면 10시간을 족히 넘지만 지겹지도 않고 즐거운 일상과 인생의 한 부분이었다. 연애초반에는 모든게 신기하다.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여자친구의 집에도 가보고 그 집에서 며칠동안 지내면서 가족들과 요리도 하고 밥도 해먹고 같이 나가서 장을 보기도 했다. 

 

사람들은 보통 연애할 때 이러한 일이 있더라도 훗날 헤어질 것을 생각지 않고 평생 갈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다. 평생 같이 있을거란 생각만 하지 절대로 헤어질거라 믿지 않는다. 그만큼 사람은 앞을 볼 줄 모른다.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신이 우리에게 미리 미래를 알려주었더라면 현실의 삶을 그다지 열심히 살 명분도 없었을 거다. 그러나 앞날을 모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노력을 하는 것이다. 

 

여자친구가 사는 지역은 너무 넓었다. 사는 도시가 내가 사는 한국보다 더 컸다는 것(?). 가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같이 버스를 타며 돌아다녔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연애때는 걷는 것을 이렇게 좋아하던 여자친구였는데 결혼후에는 평발인지라 걷는 게 힘들다는 것을 그제야 안 경우도 있었으니 이것 참, 연애를 하면서 했던 여러 많은 일들이 때론 말못할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티셔츠

 

사람은 의심이 많은 동물인지라 늘 의문을 가지고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고픈 마음이 생긴다. 사랑을 해도 그렇다. 사랑테스트라는 명목으로 실험해볼정도로 이 사람이 날 진짜로 사랑하는지 안하는지를 알고 싶은 거다. 여러 실험이 있는데 그중에 나는 선물을 택했다. 어느날 마트에 갔을 때다. 때는 여름인지라 너무 더웠다. 집에서 입을 티셔츠 하나를 고르고 있었는데 여자친구의 것도 사게 되었다. 그 티셔츠의 가격은 정말 쌌다. 한국돈으로 1500원인가 했을 거다. 그냥 말그대로 집에서 널널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었다. 솔직히 훗날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이 여자의 씀씀이가 궁금했다. 가격이 싸든 비싸든, 돈이 많아서 잘 살게 되든, 돈이 없어서 사는게 궁핍해져도 견딜 수 있는지 알고 싶었던 거다. 그렇게 그 티셔츠를 사서 선물로 주었다. 

 

이 일이 있은후, 2년뒤 결혼을 했다.

 

그 때 그 티셔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와이프는 그 싸구려 티셔츠를 샀을 때 매우 기분이 안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선물은 남자친구가 주었기 때문에 흔쾌히 받았다고 했다. 자존심도 쌘 여자친구에게 당시 그 선물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지 않았나싶다.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오간다. 허나 지금도 고마운 것은 살면서 "이딴 싸구려 필요없어"라는 말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으니 나는 최고의 짝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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