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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Daliylife/회상

어떻게 이런데서 4년간 연애했을까(ft. 사랑은 환경을 뛰어넘는다)

by 고양이커플 2020. 5. 26.

어떻게 이런데서 4년간 연애했을까(ft. 사랑은 환경을 뛰어넘는다)

 

더위

필리핀에 처음 왔을 때다.

신혼여행으로 세부나 보라카이 신혼여행으로 가신분들은 경험하셨을 거다. 필리핀 공항에서 딱 내려서 문밖을 나가는 순간, 누군가 내 목을 막대기로 후려치는 듯한 뜨거운 열기.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어학연수의 첫 시작이었고 유학의 길이었다. 회상 2편에서와 같이 산꼭대기에 있는 대학교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얼마나 더웠느냐 위에 사진에 나오는 정도 만큼 더웠고 습했다. 모기도 너무 많았고 매일 모기한테 강제 수혈당하는 건 여사였다. 

 

기숙사

여자친구를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만났다. 먼나라에서 서로 유학와서 태풍이 오는날 전기도 끊기는 곳에서 말이다. 하긴 나보다 여자친구가 대단했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솔직히 우리 학교 기숙사 빈민촌 같았다. 여자친구는 그런 빈민촌 같은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고 나는 홈스테이로 그나마 인간처럼 살았다. 그리고 이 여자친구가 현재 나의 와이프가 되었다. 어느 나라를 가든지, 어느 환경에서 살든지 뽑혀도 뽑혀도 다시 자랄 잡초처럼 강한 의지력이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그런 우리에게도 아지트가 있었다.

 

바로 학교와 20분 정도 떨어진 쇼핑몰에 있는 스타벅스였다. 4년간 거의 모든 데이트와 만남의 장소는 스타벅스에서 이루어졌다. 그럴만도 했는게 첫째로 학교에 에어컨이 없었다. 그러니 수업이 없는날, 주말에는 스타벅스에 가서 서로 해야할 공부를 했다. 둘째로 나는 연애를 하게 되면 비록 서로 다른 과목이라 할지라도 꼭 같이 공부를 하고 싶었다. 원래는 도서관 커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더워서 그런 상상은 없어졌다. 물론 때때로 신선한 계절일 때는 학교 수업을 마치면 교실에 남아서 이야기도 하고 과제를 하기도 했다.

 

요리

 

때로는 그렇게 더운 날에 기숙사에 가서 밥솥에 무언가를 넣어오더니 끊여서 준비한 죽을 먹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이것이 벌써 10년전 이야기라니 믿기지 않는다. 생전처음 여자친구가 생겼고 여자친구가 해주는 밥이 신기했고 너무 기뻤다. 이렇듯 풋풋했던 20대 초반의 우리의 모습이 떠오른다. 

 

물론 처음에는 학교에서 만나서 국제연애하는 것을 그다지 좋게 보지 않았다. 특히 한국인 커플이나 한국인 유학생들이 학교에 여러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이전에도 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다. 연애는 하고 싶고 데이트도 해야겠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단지 한국인으로서 좋은 선례를 남기고 가자는 마음으로 사랑도 싹 틔우고 열심히 공부하고 학교생활을 해나갔다. 

 

우리는 영어로 대화를 했다. 여자친구는 한국어를 몰랐고 나는 중국어를 몰랐기 때문이다. 서로가 사랑하는 마음은 있으나 표현하기 쉽지 않았던 그때를 생각해보니 지금 결혼해서 같이 사는게 더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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