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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Daliylife/회상

오랫동안 널 좋아했는데..(ft. 15살의 첫사랑은 막을 내렸다)

by 고양이커플 2020. 5. 22.

오랫동안 널 좋아했는데..(ft. 15살의 첫사랑은 막을 내렸다)

 

 

 

살면서 나에게도 첫사랑은 있었다

 

그것도 15살 때. 좋아하던 여자아이는 나보다 4살 어렸다. 제대를 했을 무렵 23살이었으니 그 여자아이는 20살 파릇파릇한 대학생이었다. 우연히 서울에서 잠시 지내게 되었을 때 연락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매년 가족끼리 보고 자랐던 지라. 오빠, 동생처럼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

 

나는 그 여자아이가 11살일 때부터 짝사랑했다. 이뻤다. 공부도 잘 했다. 요즘 말로 하면 엄친딸이지. 누구라도 데려가고 싶어했을거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15살이었던 나에게 그 시절은 보잘 것 없었다. 엄친아도 아니었고 소위머리가 좋거나 공부를 잘 하지도 못 했다. 그런 나를 보아온 그녀의 아버지는 별로 탐탁지 않았다. 아니 아예 얼씬도 거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23살이 된 나는 그때도 보잘 것 없었다. 대학도 3류 하짜배기 대학에 들어갔다. 오죽 공부를 못 했으면 그랬다. 오히려 둘다 20대가 되었으니 떨어지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그녀의 가족과 우리 가족은 친했다. 매년 한번은 만나서 밥도 먹고 이야기도 했다. 근 10년을 그랬다.

 

그런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그녀와 평생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나를 바뀌게 만들었다. 안하던 운동도 하면서 살을 빼기 시작했고 안하던 공부도 20살이 되어서 하기 시작했다. 힘들지도 지치지도 않았다. 즐거웠다. 그녀 때문에. 힘들때마다 그녀와 함께 하는 상상을 했다. 그 상상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20살이 되어 또래 대학생 친구들이 연애하고 놀러다닐적에도 믿기지 않겠지만 도서관을 다니며 공부를 했다.

 

학교가 3류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공부했다. 게다가 스스로 무식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책도 정말 많이 읽었다. 그녀의 똑똑한 머리를 따라갈 수 있을진 모르지만 최소한 무엇을 하든지 공감할 수 있고 말은 통해야되지 않겠나 싶어서다. 그러니 운동도 그렇게 열심히 한 거다. 최소한 게으름의 상징인.. 비대한 몸뚱아리만은.. 탈출해야겠다 싶었고 그녀에게도 잘 보이고 싶었다. 

 

23살 아마 5월인가 6월이었을거다. 당시는 싸이월드로 대부분 친구들이든 사람들과 연락을 하며 지냈다. 지금의 블로그나 카카오톡 같은 느낌이었지. 어떨결에 그녀와 연락이 되었고 만날 날도 정하였다. 

 

사실.. 23살이 되던 그 해에.. 완성된 책 한권 있었다. 2년간 글을 썼고 스스로 수정했다. 그리고 그 책을 그녀에게 주고 싶었다. 그 책의 내용은 15살 남자아이가 한 여자아이를 짝사랑하여 한 남자의 인생이 바뀌게 된 것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그렇다.

 

그 남자아이는 나였고 그 남자의 인생을 바뀌게 한 것은 그녀였다. 

 

20대가 되어 보는 것은 서로가 처음이었다. 기대됐다. 나는 이 책을 가지고.. "너 하나만 보고 달려왔고", "너 하나만 보고 이렇게 살아왔다고".. 고백하고 싶었다. 

 

 

그렇게 만났다. 어색했다. 군대도 다녀오다보니 2년간의 시간이 너무 떨어져있었나보다. 그날, 서울 어느 공원에서 이야기도 하며 걷다가 그 책을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좋아한다고 말을 못했다.......

 

 

그 후에도 간간히 연락을 하며 지냈다. 여러번 시간나면 밥도 먹고 놀러도 가자고 했다. 너무 오래전 기억이라 가물가물하긴.. 한데, 그때 그녀의 답변은 과제 때문에, 팀과제 한다고 그룹모인다고 중간고사라고 안된다고 변변치않게 답변을 해왔다. 새내기 대학생이니 그러겠다고 이해했다. 학교도 공부를 잘 한만큼 좋은 곳을 갔고 수업도 굉장히 빡신건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그녀의 싸이월드에 방문한적있다. 

그녀의 일기장에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그 사람은 그녀의 학교 선배라는 것까지만 알았다. 

 

 

그랬구나...

그래서 내가 차인거구나.............

 

 

 

화도 났고 실망도 했지만..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내가 그녀의 마음은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23살 그 당시, 영어를 배운다고 잠시 서울에 있을적이었는데.. 6개월후에 나는 급히 한국을 떠났다. 

 

그 후에도 간간히 연락했지만 이제는 그 끝이 보인거 같았다. 

 

맞다. 영원히 끝났다.

 

그렇게 짝사랑은 9년만에 이루어지지 않고 역사속으로 막을 내렸다. 

 

 

가끔씩 외국인 와이프가 묻는다.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냐고

 

걱정마라. 이미 짝사랑은 그때 끝났다. 

 

나는 세상에서 너만 있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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