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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Daliylife/썸타

먼 나라에서 어느날 마주친 우연

by 고양이커플 2020. 5. 23.

먼 나라에서 어느날 마주친 우연

 

 

연애는 커녕, 짝사랑만 9년 했던 인생, 이젠 내 인생의 봄은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거창하게 말해서 유학이지.. 고등학생 때 영어 20점이나 맞던 인간이 다른 나라에 유학을 온들 처음부터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데 무슨 유학이야. 어학연수 먼저 한다 생각했고 하루하루 현지 어학원에서 영어 단어도 외워가며 책으로 문장도 만들어가며 생활을 이어나갔다. 어학원에 다른 친구들은 선생님들과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그랬는데 나는 영어로 말도 너무 못하고 두려워서 그러질 못했다. 

 

하루의 생활은 다음과 같았다. 아침 밥먹고 어학원가서 6시간 수업후 집에 와서 오후에 공부하다가 저녁먹고 저녁에 공부하다가 잤다. 이 짓을 6개월이나 했다. 한 3개월쯤 지났을 때였을까, 갑자기 한국말을 까먹었다. 생각이 안났다. 한국어를 쓰지도 않고 말도 안하고 듣지도 보지도 않았더니 그랬다. 훗날 이야기를 들어보니 홈스테이 하던 집에서도 걱정했단다. 방에서 거의 안나오니 내가 무슨 문제가 있는줄 알았단다. 그럴만도 하지. 

 

그렇다고 외로움을 탈 시간도 없었다. 한국음식도 그립지 않았다. 심지어 처음부터 유학을 할 생각으로 오지 않은터라 070 전화기나 노트북도 가져오지 않았다. 진짜 대박이었다. 그럼에도 아무 문제없었다. 모든게 깔끔하게 정리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해가 밝았다.

 

새해는 내 짝도 만나겠지? 영어를 배운지 3개월쯤 되었을 때, 영어만 할 줄 안다면 외국인과의 결혼도 가능하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쯤하여 혼자 베낭을 메고 전자사전 하나 달랑 들고 홍콩도 가고 대만도 여행을 일주일정도만 다녀왔다. 참, 신선한 경험이었고 나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었다. 영어 꼴랑 얼마나 배웠다고 배운걸 써먹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겸 여행을 가다니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이제 어학원에서의 생활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드디어 대학교에 들어갔다. 대학교에서 친구들도 만났지만 정말 어색했다. 말은 어떻게라도 할 수 있는데.. 말하는 게 참 두려웠다. 한국인의 고질적인 병이라해야할까.

 

대학을 들어가서도 수업 따라가기가 만만치 않았다. 수업 끝나면 학교에서 운영하는 어학당에 가서 1:1로 영어를 배웠다. 즐거운 일이기도 했고 힘든 여정이기도 했다. 

 

 

그렇게 대학교를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날이었다. 

 

 

 

교실에 들어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한 여학생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것도 우연스럽게 말이다. 한국 사람처럼 보였다. 순간 무언가에 끌린듯이 평생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녀와 수업을 마친 선생님께 물었다. 혹시 방금 수업 마치고 나갔던 여학생 이름을 아냐고 Grace 란다. 한국 사람은 아니란다. 중국 사람이었다. 

 

 

내 머릿속은 궁금증이 번져갔다. 어떻게 해야 친해질 수 있을까. 

그렇다고 처음부터 무작정 고백하고 사귀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나이도 24살이었고 이젠 진지하게 미래를 생각해볼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친구로서라도 지내고 싶었다.

 

 

같은 학년에 중국인 남학생이 있었다. 매우 성실하고 착한 친구였다. 그 친구를 통해서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학교에서도 중국인끼리는 잘 모이고 서로 이야기도 잘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 믿었다. 그 친구도 내게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다. 고마울 따름이었다. 보고 싶네 짜식... 졸업한지 5년이나 지났는데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우연하게 만난 한 여학생에 대해서 친구를 통해 하나씩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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